건강백과사전

제목: 스트레스와 건강

날짜 :: 2004-03-15
전화번호 :: 외래 02)2639-5590
출처 ::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내용

스트레스와 건강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검사결과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는데도 만성적인 피로감과 두통, 가슴 답답증이나 복부 불쾌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증상의 증가추세는 물론 젊은 직장인들에게 제일 많지만 실제로는 어른이나 아이, 남자여자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답답하고 불편한 본인들의 증상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받아본 여러 가지 검사나 종합검사의 결과는 대부분 '정상소견'이다. 진찰한 의사에게나 환자본인에게나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에 담당의사는 그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생각하게 된다.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산다. 1등이 아니면 패배자로 생각되는 요즘의 경쟁사회는 모든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고 끊임없는 불안속에서 지내게 만들고 있다. 직장과 거리에서 쉴새없이 들려오는 소음, 바쁘게 짜여진 일상의 스케줄, 직장 상사로부터의 질책과 업무부담, 매달 날아오는 고지서, 시부모와 부부간의 갈등, 자녀의 교육문제 등등 생각해 보면 하루도 신경쓰지 않고 지내기가 어려운 것이 요즘의 세상살이다.

직장이나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는 다양한 질병의 위험요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의 머리속에는 '뇌하수체'라고 하는 중요한 기관이 있는데, 이곳은 우리 몸의 전신상태를 조절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통제하는 중심기관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게되면 이 뇌하수체가 자극을 받아 몸 속의 호르몬에 다양한 변화가 생기게 된다. 특히 '코르티졸'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집중적으로 증가하며, 이에따라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가슴이 답답해질 뿐만 아니라 불면증, 불안감, 두통, 만성피로같은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장병을 3-4배나 더 많이 발생하게 한다고 한다. 그외에도 적혈구가 너무 많이 만들어져서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위염, 위십이지장 궤양, 설사, 과민성 대장증상 등의 위장병, 고혈압이나 당뇨병, 천식의 악화, 만성적 두통이나 근육통, 피로감, 우울증이나 정신병 등의 온갖 질병이 스트레스에 의해 생기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뒷목이 뻣뻣해지고 머리가 아픈 '긴장성 두통'이나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대변보기가 쉬원찮으며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생기는 '과민성 대장증상', 예전에 비해 감기에 쉽게 걸리고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만성피로 증후군' 등이고, 여자에서는 가슴이 답답하고 속에서 뭔가 치밀어오르며 심장이 두근거리기도하고 불면증이 생기는 증상도 많다.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히 신경쓸만한 일이 없어 보이는 사람인데도 속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똑같은 일을 당해도 어떤 사람은 쉽게 잊어버리거나 웃고 넘어가지만, 일부 사람들은 예민하게 반응하여 속으로 끙끙 앓게 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타고난 천성이 깔끔하고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매사에 일처리를 빠르면서도 꼼꼼하고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하며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고 외모도 단정한 편이지만, 쉽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잘 내고 소심한 성격을 가졌다. 특히 남에게 뒤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점수에 집착하는 편이며 말과 행동이 빠르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사람들을 A형 성격의 사람이라고 말한다(여기서 A형은 혈액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성격이 느긋하고 둔하며 일처리도 대충대충 즐기듯이 하는 성격을 B형 성격이라고 부른다. 성격이 예민하여 주변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A형 성격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A형 성격의 사람들은 십이지장 궤양이나 과민성 대장증상, 심장병의 발생위험이 훨씬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불안증, 우울증이 생길 위험도 높고 만성피로에 시달릴 가능성도 많다.

요즘사회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완전히 피해나갈 방법은 없다. 그리고 타고난 예민한 성격을 마음대로 쉽게 바꿀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게다가 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자극제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스트레스성 질병을 이겨내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조건 회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닥쳐오는 스트레스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여 싸우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술이나 담배를 찾고 이것저것 자꾸 먹을 것만 챙기다 보면 스트레스의 해소는커녕 건강은 나날이 악화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의학적으로 인정된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아침산책이나 등산, 체조, 조깅, 수영 등등 본인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을 매일매일 꾸준히 하다보면 그동안 겪고있던 여러 가지 증상이 어느새 좋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외에 본인이 하고싶어 하던 취미활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고싶은 일을 이런저런 핑계로 자꾸 미루지 말고 당장 실천에 옮겨보는 적극성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바이오피드백'이라고 불리는 자기조절훈련이나 최면요법, 명상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신체와 정신을 이완시키는 훈련도 좋은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가 생기기도 하고 해소될 수도 있는 가장 중요한 장소는 가정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반드시 부부나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으로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이제 점점 선선해지고 쾌청한 하늘이 즐거운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여유와 적극적인 태도, 중용의 미덕을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한 나름대로의 스트레스해소법을 찾아나서기에 딱 알맞은 계절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