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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 “北의 火傷어린이 친구 돕자” 南의 火傷어린이들 병
소제목
날짜 :
2004-04-30
조회수 :
2029

내용

  • 29일 낮 서울 한강성심병원 화상 병동. 점심식사가 막 끝난 병동 복도에 작은 상자 몇 개가 등장, 병실을 돌기 시작했다. 상자에는 ‘북한 용천 화상환자 돕기 모금함’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다.

    화상을 입은 용천 어린이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남쪽의 환우(患友)들이 직접 성금 모금에 나선 것이다. 현재 이 병동에는 120여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으며 그 중 40여명은 용천 소학교 어린이들 또래다.

    아홉 살 최은찬군은 식사 후 모금함을 품에 꼭 안은 채 할머니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병실 밖을 나섰다. 작년 11월 교통사고로 부모까지 잃은 은찬이는 할아버지의 피부를 이식받는 8차례 수술 끝에 힘겹게 회복하고 있다. 은찬이는 “북한 친구들도 병실에 오래 있으면 지루해할 것”이라며 “오늘 모은 돈으로 요즘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해적 만화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준호(14)군은 두 발을 잃고 옆 침대에 누워 있던 동생 상호군을 바라보다 “북한 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아파보이는데도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준호 형제는 지난 2월 집에서 큰 불이 난 뒤 이곳에서 생활 중이다. 할머니 이성구(68)씨는 “자기들 아픈 것도 잊고 북한 애들 걱정하는 것을 보니 기특하지만 화재 전 가족들과 함께하던 생각이 자꾸 난다”며 울먹였다.

    옆 병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서성래(39)씨도 모금함이 병실에 들어오자 몸을 일으켰다. 서씨는 운영하던 식당에서 큰 불이 나는 바람에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넉 달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그는 “모든 화상환자들은 처음 치료받을 때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우리만큼 용천 아이들의 고통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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