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약을 먹으면 왜 속이 쓰릴까?

날짜 :: 2003-08-29
출처 ::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내용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아스피린 등을 과다 복용하면 소화불량, 속쓰림 유발...

흔히 약을 먹으면 속이 쓰리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어떤 사람들은 ‘양약은 속을 버리게 하고 한약은 속을 보호해 준다’고 믿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대부분의 양약은 속을 쓰리게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해야 될 것 같지만 국내에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아스피린 등이 감기약이나 관절염약 또는 각종 진통제로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렇다”고 해야 옳은 답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흔히 속쓰림을 유발하는 대표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어떻게 속쓰림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기로 하자.

위는 3중 방어막으로 단단히 무장되어 있는데 점액과 중탄산염이 1차 방어막이고 위의 상피세포가 2차 방어막이다. 3차 방어막은 점막하의 잘 발달된 미세혈관들인데 원활한 혈류로 상피세포에 영양공급과 손상된 상피세포의 재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들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아스피린을 복용하게되면 이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이 장애를 받게되어 위산분비가 증가되고, 점막을 보호하는 점액과 중탄산염의 분비가 줄어든다.

이런 과정에서 위의 방어막이 약해져 위산이나 펩신과 같은 공격에 노출되어 위점막이 쉽게 손상된다. 그리고 이런 약들은 위의 산도가 pH 3.5이하일 때 위상피세포의 세포막을 쉽게 통과하여 위점막의 손상을 더 가중시킨다. 이렇게 위점막의 손상이 일어나더라도 진통효과 때문에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보통 50-60%가 메슥거림이나 소화불량, 속쓰림 등을 경험하게 되며, 3-4% 정도는 출혈이나 천공과 같은 위중한 합병증으로 병원을 찾게 된다.

그렇다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복용했을 때 어떤 사람들의 위와 십이지장에 궤양이 잘 생기는 것일까? 나이가 많을수록, 이전에 궤양을 앓았던 경우, 스테로이드나 항응고제를 함께 복용한 경우, 약의 용량이 많은 경우, 다른 심각한 질병이 동반된 경우 등이 위험하다. 그리고 위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감염되어 있거나 술과 담배를 하는 경우에도 소화성 궤양의 발생 위험성이 증가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에 의한 위장관 손상을 예방하려면 첫째로 약물을 투여할 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둘째 위험요소가 많은 경우는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는 제거하도록 하고, 예방적 약물을 같이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에는 위장관 장애가 적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개발되어 위점막의 손상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위와 십이지장에 궤양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능하면 원인 약물을 중단해야 하며, 위중한 질병 때문에 중단할 수 없는 경우라면 궤양의 치료약물을 함께 투여해야 한다.

의약분업으로 약물의 오남용이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많은 종류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와 아스피린이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손쉽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어 무분별하게 복용되고 있다. 이런 약물들은 위에서 언급한 위장관 합병증 외에도 간독성, 신독성, 혈액이상 등의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약물을 오랫동안 복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적절하게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