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삐거나 접질린 증상을 정형외과 의사들은 '족근관절 염좌'라고 부른다.
발목을 삐거나 접질린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1주일이나 2주일 정도, 심지어 3주일 이상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생활하다가 통증 때문에 도저히 걷기가 불편해 져야만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벼운 접질림이라면 1∼2주 지나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잘 낫지만 심하게 접질러진 경우에는 여간해선 좋아지지 않는다. 발목관절을 지탱해 주고 있는 인대가 얼마나 많이 손상을 받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인데 심하면 인대가 끊어지기도 하고, 흔히 말하듯이 인대가 늘어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발목을 접지르게 되는 원인엔 여러 경우가 있는데 여성들의 경우에는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가다가 평탄하지 않은 곳을 잘못 짚어서 발목의 바깥 쪽 즉, 바깥 쪽 복숭아 뼈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발목이 꺾이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남성들은 운동을 하다가 또는 계단을 내려오다가 헛딛었을 때 잘 발생한다. 접질릴 당시의 걸음 속도가 빠를수록, 구두굽이 높을수록, 그리고 체중이 무거울수록 더 심하게 다치게 된다.
발목을 삐었을 때엔 제일먼저 발목 주위에 통증을 느끼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 정도에 따라 발목의 바깥쪽 복숭아뼈 주위가 붇기 시작한다. 단순히 붇는 경우도 있지만 심하게 다친 경우에는 속에서 피가 날 수도 있는데 시퍼렇게 멍이 들면서 붓는다면 속에서 피가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환자들은 '좀 쉬면 아프다가 낫겠지' 라는 생각에 통증을 참으며 그냥 지내는 경우가 많다. 꼭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한 환자들 가운데 일부만이 의사를 찾아와 치료를 받는다.
우리는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같은 발목을 접지르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불안해서 굽이 높은 구두를 멀리하는 여성들도 있다. 모두가 의사의 치료를 받지 않고 '좀 쉬면 아프다가 낫겠지' 라는 생각에 통증을 참으며 샐활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22살의 키도 크고 아주 날씬한 여자 모델 A씨. 그 큰 키에 더 날씬해 보이려고 엄청나게 높은 뾰족구두를 신고 걸어가던 중 작은 자갈 하나가 오른쪽 뒷 굽에 밟히면서 발목이 획 돌아가고 말았다. 물론 심하게 넘어졌고 뛰다시피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발목이 너무 아파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발목을 살펴보니 바깥쪽 복숭아 뼈 주위가 벌겋게 되면서 심하게 붓기 시작했다. 당연히 통증도 함께 밀려왔다.
전에도 발목을 삐어 본 경험이 있는 A씨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운동화를 신고 다니면서 지냈다. 일주일쯤 지나자 발목의 통증은 많이 사라지고, 부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걸어다니는데 큰 불편을 못 느낀 A씨는 약 3주일이 지난 어느 날 이제 다 나았구나 싶어 마침 섭외가 들어온 패션쇼에 출연하기로 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 예전처럼 높은 구두를 신고 행사장으로 가던 중 아주 평탄한 길에서 발목에 힘이 저절로 빠지면서 다시 발목이 휘청하고 꺾이고 말았으며, 출품된 옷을 입고 관중들 앞으로 걸어 나갔으나 무대 끝에서 돌아서기를 하다가 다시 발목에 힘이 빠지면서 휘청거렸다. 스텝은 엉망이 되었고, 절룩거리며 무대를 빠져 나온 A씨는 패션쇼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위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가 있다. 남성들도 이처럼 같은 발목을 반복적으로 삐는 경우가 흔히 일어난다.
필자가 치료한 30대 중반의 아마츄어 조기축구회 회원인 K씨는 자꾸 발목을 삐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축구를 하기를 원하였다. 결국 K씨는 발목 주위를 지나가는 힘줄을 이용하여 발목 바깥쪽 인대를 새로 만들어주는 아주 큰 수술을 한 후 약 4주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석고 고정을 마치고 근 한달 이상을 물리 치료를 받은 후에야 다시 축구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심하게 늘어나거나 끊어진 인대는 그대로 방치하면 절대 다시 원상 복구되지 않고 늘어난 상태로 아물게 된다. 적당한 길이와 힘으로 발목을 지탱해주어야 할 인대가 늘어난 상태이기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신속하게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확인해야 한다. 접질린 정도에 따라 압박붕대를 이용하거나, 반기브스(발목 전체를 석고로 감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발바닥과 종아리쪽에만 석고 부목을 대고 압박붕대로 감는 방법) 또는 석고 고정을 적절히 사용하여 늘어난 인대를 최대한 원래상태에 가깝게 아물도록 유도 해야 한다.
이 경우 고정기간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3주에서 길게는 6주 정도가 소요된다. 간혹 '어이쿠, 그렇게 오랫동안 답답해서 어떻게 삽니까?' 라고 하소연 하는 환자도 있지만 그렇게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경우 일상생활에서 겪는 고통은 말 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랗다.
평생 동안 우리를 서고 걷고 달리게 해줄 소중한 우리 발목. 소홀히 생각하여 이렇듯 심각한 후유증을 남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