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알코올 중독

날짜 :: 2004-03-26
전화번호 :: 외래 02)2639-5460
출처 ::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내용

알코올 의존 사례

십 년 전부터 하루에 소주 두세 병씩 마셔오던 44세 남자가 열흘 전부터는 술이나 물만 마시려고 해도 토하여 잘 먹지 못하는데다가, 다리에 힘이 없고 저리며 느낌이 이상하다고 하여 가족들에 이끌려 응급실로 왔습니다. 사흘 전부터 환자는 구토 때문에 술도 못 마시고 경기를 한 차례 했으며, 병원에 올 때는 "새가 날아다닌다. 물건이 휘어 보인다.", "발끝에서 다리 위로 벌레가 기어오르는 것 같다."며 손으로 무엇을 들어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환자는 군 제대 후 술을 마시기 시작하여 젊어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간혹 술을 많이 마시면 "필름이 끊긴다"고 하고 과음하면 직장에 빠지기도 하였으나, 점차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서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가 하면 땀이 많이 나며 손이 떨려서 해장술을 한 잔 마셔야만 겨우 밥을 흘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는데, 술을 마셔야만 잠이 들기 때문에 잠을 자기 위해서라도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응급실에서 검사를 해 본 결과 술 때문에 간과 심장이 많이 약해져 있어 입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마지못해 입원을 하였습니다. 정신과 입원 후에도 처음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엉뚱한 말을 하다가 1주일 후부터는 안정된 모습으로 생활을 해나갔으나 여전히 잠은 잘 들지 못하였으며 다리에 힘이 없고 저린 증상도 계속되었습니다. 입원 치료를 해나가는 동안 차차 다리에 힘이 생기고 잘 걸을 수 있었으며 식사도 잘하면서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환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하고 멀쩡해 보였으나 건망증이 심해 아침에 가족이 면회 온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하면 방금 식사를 하고도 왜 밥을 안 주느냐고 묻기도 하여 뇌에 대한 정밀 검사를 해 본 결과 술 때문에 뇌세포가 많이 망가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알코올 의존의 진단
위의 예는 신경정신과에서 흔히 보는 알코올 의존(중독)의 경우입니다. 흔히 술은 약주라고 하여 건강에 도움을 주는 보약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하루 포도주나 맥주를 한두 잔씩 규칙적으로 마셔온 사람들은 심근경색 등의 심장병이나 고혈압 등의 혈관 질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포도주나 맥주를 한두 잔씩 마시면 소화를 도와 식사 때에 반주로 약한 술을 조금 마시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단계에 해당하여, 이렇게 반주로 약한 술을 조금씩 마시는 것은 약주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양은 하루에 남자 4잔, 여자는 3잔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술은 그 술에 맞는 술잔이 있기 마련이며 이때 그 술잔에 적당히 술을 따르면 술잔 속의 알코올 양은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다 같이 한 잔이라고 합니다. 물론 임신중인 여자는 술이 뱃속의 아기에게 나쁘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 임신 도중에 술을 마시면 아이는 키가 작고 머리가 나쁜가 하면 얼굴과 팔다리, 심장이 기형으로 되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으로 태어나기 쉽습니다.

위의 예에서 보는 알코올 의존은 사람이 술을 즐기며 마시는 단계를 지나 '술이 술을 마시는' 단계를 뜻합니다. 이렇게 되면 한두 잔으로는 취하지 않고 맥주나 포도주 등의 약한 술은 찾지 않고 소주나 양주 같은 독한 술을 몇 잔씩 혹은 몇 병씩 마시며 정신을 잃고 술자리에서 토하는가 하면 물건을 집어던지고 소리를 지르거나 시비를 걸고 옷을 벗는 등의 난동을 부리기도 하며 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단 깨어나면 지난밤에 있었던 일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필름이 끊겼다"고 하는 난처한 경우를 당하게 됩니다. 필름이 끊긴다는 것은 알코올 의존으로 가는 고속 도로를 타고 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며 이러한 일이 세 차례 이상 있게 되면 알코올 의존이 아닌지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네 가지 경우 중 두 가지가 해당이 되면 가장 간단하게 알코올 의존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① 스스로 술을 줄여야겠다고 느낀 적이 있다.
  ② 자신이 술 마시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여 언짢았던 적이 있다.
  ③ 스스로 술 마시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잘못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
  ④ 아침에 해장술을 마신 적이 있다.
위의 네 가지 경우 중 두 가지 이상이 맞으면 알코올 의존의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되며 신경정신과 진찰을 받아 치료를 시작하여야 합니다.

● 알코올 의존의 원인
이러한 알코올 의존은 여러 가지 원인이 합쳐져 나타납니다. 알코올 의존의 원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적인 원인으로서 술을 잘 마시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술을 잘 마시게 되고 술을 못 마시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술을 잘 못 마시게 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술을 잘 마시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술을 못 마시는 집안으로 양자를 가서 부모들이 술 마시는 것을 전혀 못 보고 자라더라도 어른이 되면 술을 잘 마시고, 친부모가 술을 못 마시면 술을 잘 마시는 집안으로 양자 가더라도 술을 못 마시게 됩니다. 친아버지가 알코올 의존환자이면 그 아들이 친아버지 밑에서 자라거나 따로 떨어져서 자라거나 관계없이 아들은 알코올 의존이 될 확률이 보통 사람의 4배정도 높습니다. 따라서, 술을 잘 마시고 못 마시는 것은 타고난 체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 사람은 서양 사람이나 흑인에 비해 몸 안에서 술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술에 약해서 많이 못 마시게 됩니다. 알코올 의존이 되는 경우도 서양 사람이나 흑인보다 적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사람 같은 동양사람들이 서양사람들에 비해 알코올 의존 환자들이 훨씬 적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체질적으로 비슷한 일본이나 중국 사람보다 2∼3배나 알코올 의존 환자가 많고 술에 강한 체질인 서양 사람보다도 알코올 의존 환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한국 사람들이 술에 대해 너그럽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술 마신 후에는 어느 정도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를 해 주고 결혼식, 장례식 등 중요한 행사나 환영회, 환송회 회식 등 모든 자리에서 술을 마셔야만 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못 마시는 술도 억지로 마셔야 하고 그러다가 술이 늘어 알코올 의존이 되는 것이 우리 나라에서 알코올 의존 환자가 많은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술을 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알코올 의존의 증상
알코올 의존이 되면 스스로 술을 조절할 수 없게 되어 '술이 술을 마시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며, 이 단계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필름이 끊겨 지난밤에 있었던 일이 기억이 안 나고 몸에서 술이 빠져나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며 손이 떨리는데다가 헛구역질이 나는 등의 '알코올 금단 증상'이 나타나 밥을 먹을 수가 없고 해장술을 마셔야만 손이 떨리지 않아 제대로 숟가락을 들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알코올 금단 증상 때문에 환자는 아침부터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되며 당연히 본인이 가장이나 주부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가족들의 비난을 받으며, 직장에서도 한번 술을 마시면 끝장을 내며 자주 결근하는 자신의 술버릇 때문에 동료들이 같이 어울리려고 하지 않게 되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왕따 당하기' 쉽습니다. 물론 자신도 친구들이 술을 적당히 마시려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시는 친구들을 골라 함께 마시거나 아니면 혼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면서 친구도 안 만나게 됩니다. 흔히 사업상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나 삼성그룹 故 이병철 회장은 전혀 술을 마시지 못했는데도 맨주먹으로 시작하여 삼성그룹을 만든 것으로 보아 사업상 술을 마실 수밖에 없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예전에는 독한 술을 마시며 사업을 의논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요즘에는 술을 마시며 판단력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논의하려는 사람은 믿을 수 없고 신용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여 피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 알코올 의존의 후유증
알코올 의존이 심해져 '술이 사람을 마시는' 단계에 이르면 몸에 여러 가지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것들을 알코올 의존의 후유증이라고 합니다. 알코올 의존의 후유증으로는 가장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는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 등이 있으며, 알코올 의존 환자가 사망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알코올에 의한 심장 근육 염증입니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팔다리에 힘이 없고 느낌이 이상해지는 신경의 염증도 알코올 의존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며, 성욕이 없어지거나 발기가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후유증들은 술을 마시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분인 비타민이 파괴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술에 의해 파괴되는 비타민은 약국에서 파는 종합 비타민을 먹어서 보충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술을 끊고 특정 비타민을 상당량 복용해야만 보충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알코올 의존 환자 중에는 팔다리에 힘이 없어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병원에 오게 되는 계기도 대개는 술을 마시려고 해도 팔다리에 힘이 없어 술을 가지러 가지도 못하고 술을 따라 마시지도 못하는 알코올 금단 증상이 나타나 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은 대개 몇 달씩 특정 비타민을 보충하면 팔다리에 감각이 되돌아오고 힘도 생겨 마음껏 걸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술 때문에 신경이 망가지면 팔다리뿐만이 아니라 뇌의 신경도 함께 망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위의 예에서 보는 환자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때에는 건망증이 나타나 방금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간질 발작 같은 경기가 나타나기도 하고 헛것이 보이거나 헛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판단력이 마비되어 헛생각이 들면서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가 오래 계속되면 알코올성 치매가 되어 바보가 된 것처럼 생활하게 되는데, 알코올성 치매는 노인성 치매, 중풍 후에 오는 혈관성 치매와 함께 세 번째로 흔한 치매의 원인입니다. 알코올성 치매의 경우에도 특정 비타민을 오랫동안 많이 보충하면 나아지기도 하나 영원히 치료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알코올성 치매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알코올 의존환자의 치료
알코올 의존의 치료는 대개 입원 치료로 시작됩니다. 입원 치료를 시작하는 계기는 환자가 술을 오랫동안 마셔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어 가족들에 의해 병원을 찾게 되므로 신경정신과에 입원하여 술을 끊고 안정해야 하는데, 이때 잠을 못 자고 불안해하며 헛것을 보거나 헛소리를 듣는 등의 알코올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쉬우므로 안정제를 증상에 맞게 조절하면서 치료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개 일주일이 지나면 잠을 깊이 못 자는 것 말고는 좋아지지만 팔다리에 힘이 없는 증상이나 기억력과 판단력이 없는 증상은 더 오래 계속되기 때문에 몇 달 이상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며, 병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상담 치료와 알코올 의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알코올 의존 환자들의 모임에서 집단 치료를 받아 술 끊는 힘을 기르도록 한다. 동시에 술 마시는 환자 때문에 힘이 빠지고 지친 환자의 가족들은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가족 치료를 받아 환자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합니다. 환자를 진찰하고 검사하여 술 때문에 생겨나는 여러 가지 질병을 찾아내어 입원 기간 동안 치료하도록 하며,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단주 모임에 참석하여 술을 끊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듣고 앞으로 퇴원 후에 이를 모범 삼아 생활하도록 합니다. 단주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여 미국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적발이 되면 석 달 동안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매일 단주모임에 참석해야만 운전면허를 돌려주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6주에서 석 달 정도의 입원 치료가 끝나면 신경정신과 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단주 모임에 참석하여 술을 마시지 않고 생활하도록 합니다. 최근에는 술을 마셔도 그 맛을 느낄 수 없고 맹물을 마신 것처럼 싱겁게 느껴지도록 하는 약이 있어 이 약으로 환자를 치료하면 술 생각이 안 나서 술을 오랫동안 끊고 지낼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홈페이지 바로가기 인터넷예약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