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살빼기, 잘 알고 합시다

날짜 :: 2004-03-15
전화번호 :: 외래 02)2639-5590
출처 ::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내용

요즘 살빼기 열풍이 불고 있다. 왠만한 여성잡지나 신문, 방송에서는 살을 뺄 수 있다는 온갖가지 방법들을 소개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이뇨제를 복용하여 살을 뺀다는 말은 이제 옛날얘기가 되었다. 누구누구가 뭘 어떻게 먹고 살을 뺐다는 무슨 다이어트방법은 왜 그렇게도 많은지, 게다가 손가락 발가락에 반창고나 테이프 감기, 온몸을 비닐로 감싸기, 이런저런 기구를 이용하여 살빼기, 알약처럼 만들어진 식품 복용하기 등등...참 희한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경제상태가 좋아지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우리나라도 비만인구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뚱뚱해서 당하는 불이익이 무척이나 많다. 미국에서 뚱뚱한 사춘기여자들을 7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를 보면,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 때문에 결혼에 실패하거나 취직을 못하여 가난하게 지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그만큼 뚱뚱한 사람들은 남보기에 흉하다는 것 때문에 사회적 냉대를 받는 셈이다.

그러나 보건 의학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비만은 미용의 문제 이전에 하나의 질병이다. 살이 찌면 치료가 잘 안되는 만성질환, 성인병이 늘어난다. 뚱뚱한 사람들은 정상체중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두 배 가까이 높다. 고혈압은 5.6배,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의 발생도 1.5배, 당뇨병은 3.8배나 많이 생긴다. 그외에도 동맥경화, 담석증, 관절염, 천식 등 살찐 사람들에게 잘 생기는 병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체중관리를 잘하여 이 지구상에서 비만이 없어진다면, 치료하기 힘든 여러 가지 성인병의 발생은 아마 절반이상 줄어들 것이고 평균수명도 5년 이상은 늘어나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이유로 뚱뚱한 본인이나 의사들은 살을 빼기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살을 빼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느 유명배우나 모델이 어떤어떤 방법으로 살을 뺐다는 말을 들으면 모두들 무턱대고 따라하게 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며칠씩 물만 마시고 굶어보기도 하고, 포도만 먹으면서 지내기도 하고, 온 손가락에 테이프를 칭칭 감고 다녀보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살이 빠지고 몸매가 날씬해 질 수가 있을까? 물론 굶는데야 살이 안빠질 수가 없다. 물만 마시면서 굶으면 일주일만에 5kg 정도의 체중을 뺄 수가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굶고 지낼 것인가.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살이 빠질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체중이 늘어난다. 그래서 굶었다 먹었다를 계속하면 체중이 줄었다 늘었다하면서 몸속에 지방질이 자꾸 쌓이는 소위 '요요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이를 악물고 철저하게 오랫동안 단식을 하다가는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아무리 살빼기가 중요하더라도 생명과 맞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기 전에 몇가지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과연 내가 정말로 살을 빼야 할 만큼 문제가 되는 비만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비만이라고 판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금까지 흔히 쓰이던 판정방법은 표준체중에 비해 몇 퍼센트나 뚱뚱한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표준체중을 계산하는 방법은 (자신의 키cm - 100) X 0.9 로 하는데, 예를들면 키가 160cm이고 실제 몸무게가 60kg이라면 표준체중은 (160-100) X 0.9하여 54kg이 되고 비만도는 (60-54)/54 X100하여 11%로 계산된다. 표준체중법에서는 20%를 넘어서면 비만이라고 판정한다.

또다른 비만판정 방법은 체질량지수 계산법이라는 방법인데 국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체질량지수는 (자신의 체중kg/키m의 제곱)으로 계산한다. 위의 경우를 예로 들면 체질량지수는 60/1.6x1.6하여 24가 된다. 체질량지수는 25를 넘어서면 뚱뚱한 편이라고 판단하고 28이 넘어야 비만이라고 판정한다.

그러나 키와 몸무게로 비만을 판정하는 이런 방법은 간편하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비만을 나타내지는 못한다. 우리가 비만을 걱정하는 이유는 단지 몸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 아니고,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몸속의 기름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이 커진 사람은 몸에 기름기가 별로 없어도 덩치가 크기 때문에 몸무게가 많이 나갈 수가 있다. 이런 사람을 비만이라고 판정하면 안된다. 그래서 비만을 판정하는 정확한 방법은 몇가지 기계를 이용하여 몸속의 기름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는 '체지방률'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체지방률이 25%를 넘으면 비만한 축에 속한다고 판정하게 된다. 요즘은 대부분의 병원에 체지방률을 측정하는 기계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는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체지방을 분석해보면 겉으로 뚱뚱해 보여도 실제로는 기름기가 별로 쌓여 있지 않은 분들이 예상외로 많다.

정확한 판정을 통하여 비만이라고 진단을 받으면 이제야말로 체중줄이기 작전에 돌입하는데, 반드시 명심할 것은 살빼는 데는 편하고 빠른 왕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우선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미 밝혔듯이 체중을 줄이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속의 지방질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굶기만 하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수분이나 단백질이 기름기보다 먼저 빠져 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병을 만드는 것과 같다. 살이 빠지기 위한 조건은 섭취열량(먹는 음식의 양)을 줄이고 소비열량(몸을 움직여 영양분을 소비하는 양)을 늘리는 것 말고는 없다. 살을 제대로 빼기 위한 올바른 원칙은 다음과 같은데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살빼기에 실패하거나 몸을 허약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반드시 따르기를 권한다.

첫째, 급격한 체중감량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체중을 줄이는 목표는 일주일에 0.5kg, 한달에 2kg을 넘지 않도록 해야한다. 6개월후에 5-6kg을 줄일 수 있었다면 가장 훌륭한 체중감량을 해낸 것이다. 급격한 체중감량은 건강을 악화시킨 것에 불과하며 그만큼 부작용도 많고 결국은 다시 살이 찌는 경우가 많다.

둘째, 식이요법(다이어트)을 할 때는 절대로 굶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끼 식사를 꼬박꼬박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다. 굶게 되면 몸의 기름기보다는 필수 영양성분이 빠져나가게 되며, 결국에는 어느시점에 과식을 하게 되는 때가 생기므로 실패한다. 대신 매일매일의 식사일기를 적으면서 먹는 음식의 양을 철저히 조절하기를 권한다. 음식을 과식하지 않으려면 음식을 먹는 속도가 빨라서는 절대로 안된다. 가능한한 천천히 잘 씹어서 삼키는 식사습관을 가지도록하고 칼로리가 적은 섬유질음식(나물, 채소, 과일)을 위주로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음식의 양은 조금씩 줄이고 간식이나 잠자기전 음식물 섭취를 금한다. 활동량이 많은 낮을 위하여 아침과 점심의 양은 조금 늘리고 저녁식사 때의 음식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의 섭취음식에서 하루 500칼로리정도의 양을 줄이는 것이 체중감량에 효과적인데 이것은 라면한그릇이나 밥 한공기반 정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평소 먹던 밥의 양에서 한두 숫가락을 줄여나가면 된다. 평소에도 먹는 밥의 양이 적었다면 식사일기에서 간식의 양이 얼마나 되는 지를 체크해 보고 문제가 될만한 군것질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가능한한 몸을 움직이는 활동량을 늘리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하루종일 집안이나 사무실에서 앉아 지내는 사람들은 주로 배에 살이 찌는 복부비만이 많이 생기는데 비만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 허리가 굵어지는 복부비만이다. 앉아 지내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생활습관을 만들고 차를 타기보다는 걸어다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트를 보면 일부러라도 계단을 걸어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평소에도 많이 움직이는 사람은 운동을 시작하여야 한다. 운동은 처음부터 과격한 것을 택하면 안된다. 체중감량에 가장 좋은 운동은 숨이 차고 맥박이 빨라지는 유산소운동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이 달리기라고 밝혀져 있다. 처음에는 빨리걷기로 시작하여 가벼운 등산, 조깅, 달리기 등으로 조금씩 단계를 올려가는 운동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운동은 일주일에 3회이상은 실시해야 효과가 있고 한번 할 때 30분이상을 계속해야 한다.

여섯째, 우리나라의 시중에서 선전되는 살 빼는 약은 하나도 안전성이나 효과가 입증된 것이 없다고 단언하여 말할 수 있으므로 각종 살빼기 광고에 절대로 현혹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어느정도 효과적이라고 인정된 살빼기 약품이 개발되어 있고 또 개발중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들여온 약품은 없으며 이런 약품도 장기적인 안전성이 증명되지는 못했다.

살을 빼려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절제된 식생활과 활발한 활동만큼 비만관리에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체중조절 계획을 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