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건강진단의 효과적 이용

날짜 :: 2004-03-15
전화번호 :: 외래 02)2639-5590
출처 ::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내용

며칠 전 50대의 직장인 한 분이 진료실을 방문하셨다. 특별히 불편하고 아픈 곳은 없으나 두통이 자주 생기고 피로가 심해져서 전반적인 종합검사를 받고 싶다고 하셨다. 특히 컴퓨터촬영을 꼭 해보고 싶다고 하신다. 확실한 이유도 없는데 왜 값비싼 컴퓨터촬영 검사를 원하시냐고 물으니 그 분 말씀이, 작년에 회사에서 시행한 종합검사에서 정상판정을 받은 회사동료가 검사 받은 지 몇 달도 안되어서 간암으로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얼마 전에 운명을 달리 했다고.... 그래서 돈이 더 들어도 좋으니 좀 더 자세하고 확실한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의료보험조합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이나 각 직장의 직원 정기건강진단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었다. 여러가지 만성병이나 악성종양(암)의 발생이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고 있는데 비해서, 선진국들처럼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상담을 해주는 각자의 주치의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종합검사나 정기건강진단이 연례행사처럼 되었다. 사실 1,2년마다 정기적인 검사를 받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건강진단의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는 몇가지 오해가 있는 듯 하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잘못은 건강진단 결과가 '정상'이라고 판정이 되면 마치 그것이 '건강증명서'인 것처럼 생각하고 내 몸에는 아무 병도 없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감기가 걸리고 몸살이 심해서 끙끙 앓는데도 여러가지 검사를 해보면 결과는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몸 어느 구석에 암이 생겨 있어도 초기에는 무슨 검사를 하든 정상으로 판정될 때가 더 흔하다. 현대의학은 최근 몇십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하였고, 질병을 정확하면서도 일찍 발견하기 위한 수많은 진단기술이 개발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질병을 조기발견해 내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건강진단 결과가 정상이라는 것은 단지 '현재 뚜렷하게 드러나는 질병소견이 없다'는 것 뿐이다. 앞으로 1-2년간 아무 병도 안 걸리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증명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검사결과의 정상수치 범위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소견이 보이더라도 그것이 꼭 '병이 있다'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단 한번의 검사결과로 질병을 진단해 내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물론 두드러지게 이상소견이 보이면 해당되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를 하게 되지만 검사소견이라고 하는 것은 신체의 상태나 검사기계의 차이나 검사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나올 수가 있다. 혈압은 하루에도 몇번씩 변화가 생기고, 식사를 하고 난 뒤에는 피속의 당분이 높아지므로 당뇨병소견이 나올 수도 있으며, 몸이 피로하면 소변에 약간의 단백도 나올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결과의 이상소견은 반드시 확인을 하기 위한 재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오해는 기본적인 일반건강진단은 엉터리고 값비싼 종합검사를 할수록 더 좋은 건강진단이라고 믿는 것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 부분부분 나타난 이상소견에 대해서는 보다 값비싼 검사, 예를 들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의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해 보기 전에 이런 검사를 하는 것은 낭비일 뿐 만 아니라 별 도움도 되지 않는다. 암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1cm도 안되는 초기의 작은 암은 컴퓨터촬영을 해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값비싼 의료장비를 이용하여 검사하면 모든 병이 진단된다고 믿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건강진단은 기초적인 기본검사부터 차근차근 확인해 나가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이며 쓸데없는 비용낭비도 줄일 수가 있다.

그렇다면 건강진단을 제대로 받고 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검사결과가 정상소견이라도 100% 정상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이상소견이 있더라도 다 병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검사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의심스럽게 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개개인의 증상과 위험요소(흡연, 음주, 식사습관, 비만, 간염보균여부 등등)에 대한 평가와 의사의 진찰소견이다. 검사결과를 평가할 때 이러한 요인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고 검사수치만 판단한다면 별로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건강진단을 받을 때는 반드시 의사의 사전 진찰을 받아야 하고 자신이 평소에 느끼는 불편한 증상을 의사에게 자세히 얘기해 주어야 한다.

의사의 진찰도 없이 또 증상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피만 뽑고 엑스레이 사진만 찍어보고 건강검진을 하는 병원이나 검진기관은 올바른 건강진단을 해 주는 곳이 아니다. 숨어있는 질병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수치로 나타나는 검사결과보다 체중의 변화, 소화불량이나 속쓰림, 대변이나 소변의 이상, 반복되는 통증, 원인을 알 수 없는 열 등의 증상이나 진찰 도중에 발견하는 이상소견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검사결과가 정상이라도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그에 따른 자세한 진단을 받아보아야 하는 것이고 검사에 약간의 이상이 있더라도 진찰소견상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큰 위험은 없다고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검사결과가 나오면 아무리 정상소견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담당의사의 설명을 듣고 상담을 받으라는 것이다. 검사결과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정상범위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 지, 특히 작년이나 재작년의 검사결과와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있는 지를 확인해 보는 것은 건강상태의 변화를 알아내는 데에는 필수적이다. 정상범위의 소견이라도 매년 조금씩 나빠지는 소견이 있다면 일단 주의하여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건강진단의 결과는 남을 통해 전달을 받거나 우편으로 받지 말고 본인이 직접 의사의 설명을 듣고 물어보면서 이해를 해야 한다.

심하게 아픈 때가 아니면 일부러 만나거나 들르기가 어려운 것이 의료인이고 병원이다. 정기 건강진단을 받는 것을 기회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가능하면 자세히 파악해 보고, 그동안 궁금했던 의료상식을 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혹시 가까운 시기에 건강진단을 받는다면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건강진단이라도 열심히 참여하고, 억지로라도 건강진단 담당의사를 찾아가서 검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시기를 권한다. 그래야 정기건강진단을 제대로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