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사전

제목: 건강연령을 아십니까?

날짜 :: 2004-03-15
전화번호 :: 외래 02)2639-5590
출처 ::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내용

세월이 가면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 간다. 아무도 가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그만큼 이런저런 병에 걸리는 일도 많아진다. 특히 요즘과 같이 복잡하고 공해나 스트레스도 많고, 술과 담배를 권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모두들 '건강하게 사는 법'을 찾아 헤매는 세상이 되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잡지를 막론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건강과 질병치료법에 대한 소개가 끊임이 없다. 매년 한두 차례씩 보약도 해먹어 보고 날마다 영양제 한 두 알씩 먹어보기도 하고 몸에 좋다는 별난 음식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렇지만 항상 피로감과 두통에 시달리고,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리면서 소리 소문 없이 덤벼드는 질병의 마수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이다. 언제나 활기차고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같은 나이의 사람이라도 보기부터 건강하고 젊어 보이는 사람이 있고 나이보다 겉늙거나 병약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의학적으로는, 생년월일을 따져서 확인하는 '달력상의 나이'와 구별하여 '건강나이(건강연령)'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건강연령이야말로 그 사람의 삶의 질과 평균수명을 결정해 주는 진짜 나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젊은이 못지 않은 활력과 체력을 유지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와 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건강연령이 어떤 것인지 예를 들어보자.
33세의 회사원인 김 아무개 씨의 생활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보통사람과 같다. 하루에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우고 일주일에 평균 두 세 번은 술을 마시는데 마시는 양은 일주일치를 합하면 대충 맥주 5-6병과 소주 한 병 정도는 된다. 음주운전은 요즘은 거의 안하는 편이지만 곰곰 따져보면 그래도 한달에 한번쯤은 하게된다. 식사는 일이 바쁜 관계로 규칙적으로 먹지 못하고 아침은 대개 거르는 경우가 많다.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퇴근이 늦는 경우가 많아서 잠은 6시간 정도 자고 운동도 특별히 하는 것이 없다. 지난달에 회사에서 정기 건강진단을 실시하였는데 별다른 이상소견이 없었다. B형 간염검사도 했었는데 면역이 된 상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고 있다.... 이러한 김씨의 생활은 그의 건강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런 생활을 지속하면 평균수명을 충분히 채울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 주는 것이 건강연령이다.

각 사람의 건강연령은 미국 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건강위험평가법을 이용하여 계산할 수 있다. 그 동안 여러나라에서 사람들의 이런저런 생활습관이 그 사람의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보고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의 기본 검사결과와 생활습관을 하나하나 따져서 실제의 나이에 빼거나 더해주면 건강연령이 계산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담배 한갑을 10년동안 피우면 6개월의 수명이 단축된다든가, 고혈압이 있으면 그 기간에 따라서 1-2년의 수명이 줄어든다든가, 음주운전을 한번하면 평균 며칠의 수명을 줄여서 계산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런 계산법에 바탕이 된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것에 따르면 건강하게 오래사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7가지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한다.

* 잠은 하루에 7-8시간을 잔다
* 매일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고 한다
* 식사와 식사시간 사이에 간식을 하지 않는다
* 항상 적당한 정상체중을 유지한다
*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적당량의 음주만 한다
*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위에서 예를 든 김아무개씨의 경우에는 특별한 질병은 없지만 몇가지 건강을 해치는 생활습관이 있다. 즉 흡연, 음주, 운동부족, 음주운전, 짠 음식과 불규칙한 식사, 수면부족 등이 김씨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여러단계의 계산과정을 거치는 건강위험평가법에 따라 김씨의 이런 생활습관을 적용하여 계산해 보면 김씨의 건강연령은 자신의 실제나이보다 3.7세가 늘어난 36.7세가 나온다. 다시 말하면 김씨는 건강의 측면에서 4년 정도 더 늙었다는 얘기가 된다. 아마도 이런 생활습관을 앞으로도 계속한다면 김씨는 자신의 평균수명보다 최소한 7-8년은 더 일찍 죽게된다는 서글픈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생활습관을 하나씩 고쳐나가면 건강연령은 다시 회복이 된다.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게 됨에 따라 실제나이보다 몇 년은 더 건강연령을 젊게 만들 수가 있다. 김씨의 경우 마찬가지 평가법으로 계산해 본 결과 지금부터 금연을 하면 1.7년, 술을 절제하면 1년, 음주운전을 금하면 0.5년,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0.4년,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고 싱겁게 먹으면 0.2년, 잠을 충분히 자도록 하면 0.1년 등 합계 3.9년의 이득을 보는 것으로 나온다. 다시말하면 계산된 현재의 건강연령 36.7세에서 3.9를 빼어 32.8세로 되므로 실제 나이보다 더 젊은 사람의 건강수준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건강연령이 곧 우리를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해주는 방법임을 알수가 있다.

세월이 감에 따라 사람이 늙고 죽어가는 것을 인력으로 막는 방법은 아직까지는 없다. 결국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본인의 노력여하에 달린 것이다. 요즘의 세태를 보면 옛날의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온 세상을 뒤지며 찾아다닌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 근래에는 DHEA가 회춘할 수 있는 명약처럼 소문이 나서 너도나도 구해서 먹는다고 한다. 그전에도 토코페롤이나 비타민 C, 멜라토닌 등을 비롯한 약이나 영양제, 음식등이 마치 건강을 보장해주는 것인양 유행이 되곤 했다. 물론 의학이 발달하고 여러 가지 건강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면서 질병을 막아주거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약이나 음식이 확인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먹는다고 건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활습관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연령을 젊게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하여야 한다.